기억의 저편...
기억은 지난날 내 삶에 스쳐간 사연속으로 소리없이 찾아들어
빛바랜 사진처럼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아득한 그리움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
꽃잎 날리던 바람과 함께 ...
비가 내리고 눈이 오는 몽환적 풍경 속을 거닐며
꿈을 노래한 시절이 있었건만 지금은 밤하늘 속으로 사라진 별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김병구의 작업은 기억의 저편에 머무르고 있는 풍경과
낡은 책과 자유를 갈망하는 새를 표현하고 있다.
책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하여 상상력의 옷을 입히곤 하는데
감동에 대한 울림을 회화 작업으로 옮기는 것이 무척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림속의 낡은 책은 아날로그의 상징적인 물성으로 차용한 것으로
책 속의 감동이나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제나 책 위에 살포시 앉아서 어딘가를 응시하는 새는
그리움의 존재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시간 여행자의 의미를 담고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느 시점에 머물렀던 기억의 잔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 풍경은 아날로그의 시대적 배경과 절대 자연을 바탕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야성과 자연의 순수성을 찾아 내려는 작가의 의지의 반영이다.
시간 여행자가 돌아본 기억의 풍경들은 그 속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하였었고
느린 시간의 기억은
기억의 저편, 삶의 흔적들과 캔버스의 안과 밖...
즉 시.공간을 넘나들며 아련한 잔상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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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병구 작품은 보기에 따라서 시점이 둘로 나뉜다.
하나는 작품 속 화자의 시점이고, 하나는 작품 밖 관찰자 시점이다.
시점의 대상은 ‘새’이다.
화면 아래에서 안정감 있는 구도로 작품 전체를 받쳐주고 있다.
새를 시간 여행자라고 말하는 작가는
“한 걸음 물러나서 화면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새는 금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새는 현실과 이상, 화면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대체로 한 마리를 그리지만 두 마리를 그려서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표정과 시선을 다 달리 해서 섬세하게 연출했다.
이 부분이 가장 잘 적시된 작품이 <촐라체>이다.
▲ <눈 내리는 날 다시 또 찾아온 호숫가> 190x100cm, Oil on canvas, 2016. 작품 속 배경은 과거이지만 그의 작품은 결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래된 책처럼 빛이 바래져서 묵은 향기를 내고 있지만 그 진한 정취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시키고, 그 감수성이 오늘의 우리를 주억거리게 한다. |
박범신 작가의 소설 <촐라체>는 두 산악인의 에베레스트 촐라체 등반기이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받은 고통을 잊고자 산을 타는 두 사람이
현실에서 견뎌온 상처와 무게, 절박한 심정을 터놓고
공유하는 과정에 특히나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촐라체는 화면을 가득 장악하고 있다.
험난한 촐라체의 거칠고 뾰족한 형세,
그것을 바라보는 한 새와 그런 새를 바라보는 또 다른 새가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그 시선이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애착과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공감을 끌어냈다.
인간사를 담고 있는 오래되고 낡은 책,
그 책을 딛고 선 새가 바라본 풍경은
과거의 모습에 몸부림치면서도 삶의 이유를 찾아 나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 <촐라체> 60.5x72.3cm, Oil on canvas, 2016. 작품 속 촐라체는 화면을 가득 장악하고 있다. 험난한 촐라체의 거칠고 뾰족한 형세, 그것을 바라보는 한 새와 그런 새를 바라보는 또 다른 새가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그 시선이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애착과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공감을 끌어냈다.
시간 여행자
김병구 작품에서 시간 여행자는 새뿐만이 아니다.
작품 <별은 영원히 자기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에서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했다.
작가에게 어린왕자는 세계와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이자,
우리의 삶을 정화 시켜주는 구도자적 존재이다.
작가는 “흔히 어린 왕자를 어른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
어린왕자는 오랜 시간동안 교훈을 전해주며 꿈을 꾸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별은 영원히 자기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작품으로 손에 꼽힌다”면서
“삶에서 감동받은 부분, 내 정체성을 형성해준 요소들을
작품에 녹여내는 작업이 흥미롭다.
관람자가 먼저 알아봐 주고 공감해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을 이어 나갈 것을 밝혔다.
▲ <별은 영원히 자기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 116.8x80.3cm, Oil on canvas, 2016. 김병구 작품에서 시간 여행자는 새뿐만 아니다. 작품 <별은 영원히 자기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에서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했다. 작가에게 어린왕자는 세계와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이자, 우리의 삶을 정화시켜주는 구도자적 존재이다. |
김병구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학과 및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공간국제소형판화전 가작상, 제 3회 미술세계대전 특선,
한국현대판화공모전 특선, 제 25회 서울현대미술제 공모전 대상,
제 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아트페어에 초대되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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