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이미지로 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이 작가는 46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조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우리고유의 쪽빛이라는 빛깔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한 작가이다.
지금은 성신여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이며,
30여 년 동안 교편생활과 작업생활을 병행하면서도
11회의 개인전(서울, 광주, 워싱톤, 플로리다, 뉴욕 등)을 가졌고,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과장 및 미술대 학장을 역임하는 등 작품활동 못지 않은 교육자로 활동하였다.
이러한 경력처럼 작가가 작업에 쏟은 그의 에너지는 열정적이며,
20여 년 이상 해저 이미지를 화두로 작업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이미지는 70년대 중반 신안 앞 바다 유물 발견 때 얻은 영감으로 시작되며,
바다 속 그림으로 시작된 작업들은 마치 우리가 알 수 없는 실체들을 감지하듯 우리의 시각들을 전이시켜 왔다.
이는 마치 도시생활에 지쳐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듯 따스함이 서려 있고,
작가의 이미지 속에는 그의 아픔, 사랑, 열정, 그리고 미래가 담겨져 있다.
이제는 미래의 삶을 투영하는 듯한 환상 속으로, 또는 오브제로, 모든 공간들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리고 바다 속의 광대함과 신비감을 마치 끝없는 가능성과 상상의 실체로 우리의 정서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실크스크린 판화 (에디션 7/50)
박복규
1973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1978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역임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평론]
인간본연의 향수를 담은 환상 속의 해저
작품 세계는 30 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되게 바다를 소재로 하여 전개돼 왔다 .
이는 작품의 저변에 바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이 흐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
바다는 그 소재의 특성상 대체로 만인에게 보편화돼 있는데 ,
그가 형상화한 바다는 단순히 자연의 바다만을 뜻하진 않는다 .
따라서 그의 바다에의 감상은 단지 외양만이 아닌 , 작가의 독특한 공간 해석과 작품 의도 ,
더 나아가 작가가 보여주기 위해 함께 설치한 오브제 등에 대한 진지한 공감대가 형성될수록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
그가 시도하는 작품들은 2 차원적이면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단순한 추상 작업이 아닐 뿐더러,
형을 교묘히 변화시킨 구상주의적 작품 세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 바다와 관련된 여러 오브제들은
감상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독특하며 신선해 보인다 .
쪽물을 들인 우리 고유의 전통 해녀복 , 한지 등으로 만든 물고기 형상 ,
물의 경계 등을 표시할 때 사용되는 부표 ,
그리고 바다 속을 잠수할 때 머리에 사용하는 머구리 등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오브제 작품들은 바다나 깊은 해저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
또한 이들 오브제들은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현재와 과거를
단 한번에 들추어내는 연상작용과도 같은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
작가는 신안 앞 바다에서의 유물 인양작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연출해보고 싶은 욕구를 지니게 되었다고 하는데 ,
그로부터 바다와 해저는 30 여 년 이상을 그의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
그는 이러한 바다를 그리는 데 있어 , 그가 오랜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지녀 온 전통적인 쪽물을 사용하여 자연의 본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지를 사용하여 물고기나 전통 해녀복 등을 제작하고
거기에 쪽물을 다양하게 들인 것들인데 , 쪽물의 농도와 물들인 횟수 등을 달리함으로써
신비하고 미묘한 이미지로 창출되었으며 , 은은한 자연미를 아름답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
이처럼 그는 천연염료인 쪽물로써 바다 분위기를 다양하고도 더없이 신비스런 색상으로 형상화하였다 .
전통염색 재료인 ' 쪽물 ' 은 그의 예술 세계를 새롭고 발전적으로 변모시켰으며 ,
그가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해저 시리즈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
해저 시리즈는 그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전시와는 다른 성격으로서 ,
작가는 해저의 이미지를 형상화함에 있어 , 3 차원의 공간 속에 놓여있는 몇 점의 작품들과
평면을 중심으로 한 2 차원의 세계가 쪽물을 중심으로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
작가에 의해 계획된 , 2 차원의 세계와 3 차원의 세계가 함께 자아내는
해저의 공간감과 색감은 가히 환상적이고 신비스럽다 하겠다 .
목선의 잔해 , 신안 앞 바다의 유물 , 잠수부들의 머구리 ,
쪽물 들인 해녀복 등의 인간의 부산물들은 물 자체 ( 物自體 ) 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 호기심과 함께 바다 속 미지의 세계에 대한 미묘한 감흥을 선사한다 .
또한 그는 마치 바다의 생명과 기운을 옮겨오듯 쪽물을 풀어 보이기도 하고 ,
바다에 떠있는 부표를 설치 식으로 펼쳐놓기도 하며 ,
너무 낡아서 곧 부서질 것만 같은 허름한 노를 전시장 안에 옮겨 놓기도 한다 .
이처럼 작가는 해저의 신비와 환상을 , 작가의 본능과 치밀한 상상력에 의존하여 ,
보다 촉각적이면서도 명료해 보이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전환시키고 있다 .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자 끝없이 펼쳐지는 미지의 바다를
작은 공간에 선보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바다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의 작품에는 환영 ( 幻影 ) 과 신비스러움 , 자극적인 에너지 ,신체적인 촉감과 감흥 등이 흐른다 .
이는 자아에 대한 극적인 표현 및 꿈과 기억 ,
바다라는 시적 카타르시스와 본질에 대한 환원 등의 상호작용으로 긴장감이 형성되어 이루어진 ,
자연의 본성에 대한 작가의 감성적 교감이라 할 수 있다 .
이처럼 박복규 의 작품은 서구의 자연주의적 바다나 초현실주적인 바다가 아닌 ,
쪽물이 드리워진 우리의 바다 모습을 담고 있다 .
그의 심연의 감성을 이루는 근본적인 모티브이자 예술적인 원인자라 할 수 있는 쪽물은
우리의 정서를 바탕으로 할뿐만 아니라 , 바다 속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
우리는 그의 깊은 해저를 통해서 현대인의 고독한 삶이 지향하는
우리 본연의 향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
- 장 준 석 ( 미술평론·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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