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는 예술가를 아시나요? 몇 달 전, 4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작품 100점을 군산시에 선뜻 기증한 우리나라 최고령 현역작가 하반영 화백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하반영'이라는 낯선 이름에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많이 생소해 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 고장 전북에서 진주 같은 존재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우리나라 최고령 화백'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의 나이는 올해 96세!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순수성을 잃지 않고 그림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하 화백을 직접 만나 그의 작품세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제 고향이니까 당연한 일이죠.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타지에서 군산으로 오게 되었지만 제 기억 속의 추억은 군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작품을 군산에 기증하기로 한 것도 고향에 제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에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 저를 떠올릴 수 있잖아요. 또 한 가지는 100세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96세라는 많은 연세에도 굴하지 않고 "100세까지 그리겠다"고 말하는 하반영 화백을 보니 일평생 그림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진정한 작가정신이 떠올라 존경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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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인 전북의 자연의 경치를 아름답게 생각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갤러리에서는 전라북도 곳곳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들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모악산, 대둔산, 마이산 등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그려낸 그림들이 많았는데요.
97세라는 나이가 증명하듯 하 화백은 가히 살아있는 근대 역사박물관이라 불릴만 했습니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군산에서 남긴 첫 작품은 잊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나팔꽃’이라 불리는 그림인데요. 하 화백의 인생에 있어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지난 1931년, 군산신풍공립보통학교에 재학 중일 당시에 그렸던 것이라고.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무시하던 시대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차린 일본 교사에 의해 유학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오랜 작품활동의 비결 "사람의 혼을 유지시켜라"
하반영 화백이 동양의 피카소라고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혼’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혼’을 중시하는 하 화백에게 독자들께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듯이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저에게는 실패작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각각의 그림에는 각각의 혼이 깃들어 있는 법이니까요."
그가 한 작품 한 작품 얼마나 공을 들여 그려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답변은 '우문현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항상 무엇을 선택하기 위해 비교하고 1등과 꼴등을 줄 세우려 하는 현대인들의 불행한 잣대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작품들은 대부분 유화지만 또 기법을 들여다 보면 그것은 동양화에 가깝습니다. 서양화의 재료를 가지고 동양의 화법을 사용하시는 데에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소중한 내 것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서양에 가서 서양화를 배워온다고 하더라도 수 천 년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는 없고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서양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가 있는데 서양에서 보면 동양의 것이 신문물이라는 거죠. 프랑스에서 한국의 요강을 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예쁜 꽃병이라며 감탄하기도 하니까요. 피카소나 모네, 고흐 같은 분들도 동양화를 시도했으나 그들은 동양의 혼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서툴고 어색했어요. 제가 프랑스에서 금상을 받은 이유는 유화를 사용하면서도 동양화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양 재료라고 알고 있는 유화는 원래 고려시대에 소 껍데기에서 채취한 기름을 가지고 단청을 그리려고 시작된 우리의 재료입니다." |
대한민국 화단에서 최고령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이기에 후배 화백들에게, 혹은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미술에는 정답이 없기에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동그라미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놓고 원이 조금 찌그러지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학생의 손을 쥐여 잡고 다시 그려줍니다. 그렇지만 찌그러진 동그라미에도 학생의 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정체성과 혼, 재질이 다를 뿐인 거죠. 혼을 인위적으로 거스르려고 하지 말고 자연과 일치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모두의 창의성을 발현되어 그것을 상호 교류 할 수 있는 두뇌의 교환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최고령 작가의 열정에 흠뻑 젖어들다
인터뷰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힌 후 저는 내심 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빠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어떤 질문을 할지, 또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소통이 가능할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 화백을 만난 후 저는 취재 과정 내내 흠뻑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엄청난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굽힐 줄 알며 항시 자만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겸손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이와 상관없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하반영 화백의 그림에는 비단 예술적 작품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적 아픔이 담겨있고 인생철학이 담겨있고 무엇보다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성을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흠뻑 젖어들고 싶으시다면!! 다가오는 토요일, 가까운 곳으로 봄나들이 가고 싶으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벚꽃이 아름다운 히로쓰 가옥에서 하반영 작가님의 혼과 일생이 담긴 작품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처; 작성일2014.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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