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작가들이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작품에서 하나둘 허물을 벗듯이
간단명료함을 찾아간다면
김호성은 ‘풀어헤침’을 먼저 습득하고
지금의 형태인 리얼리즘으로 접어든 보기 드문 형태의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화면 위에 물감의 물질성을 혼합하여 그리는 행위이며
그중에서도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형태의 기법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리얼리스트들이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몇 년이고
같은 기법을 통해 작품을 창작해 낸다면
김호성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있다.
바로 다양한 소재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작가 스스로 정해 놓은 기간이 있는 듯 보인다.
정물 형태의 작품들이 어느 순간 전환이 되는가 싶더니
유리병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물방울이 맺혀 있기도 한다.
극사실주의자들은 외형상 자신들의 생각과 해석,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리 앞에 그려져 있고
우리 옆에 서 있는 작품 자체의 현실성을 통해 사회에 대해 그 무엇을 말하려 한다.
그 무엇이란,
표현으로서의 한계점을 ‘재현’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새로운 리얼리즘 방법 등을 통해 다시 작품에서의 주제를
되살리며 일체의 일루전(illusion)을 배격,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속의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려
우리 앞에 서 있는 것들의 현실성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얼리즘은 그 오랜 시간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해 왔다.
종종 너무 기계적이어서, 또는 구시대적인 획일주의에 빠져
작가의 개성 상실과 기계 종속적인 입장을 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했으나
현재의 작가에게 이러한 염려는 이미지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편견에 불과할 뿐이다.
[ 晩秋 - 모과향기 ]
김호성의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 인간이 관념이 아니라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를 벗어 날 수 없는 한
그 어떤 미술도 물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질료의 조형적 승화든 정성의 표현이든 일단은 물질로부터 출발하되
김호성의 리얼리즘은 ‘물질의 차원을 고수하면서
비물질적인 감성을 내포하거나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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